다크나이트 감상문

 




 간만에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았습니다.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는 다크나이트였지요. 용산cgv 아이맥스관에서 보았는데 과연 아이맥스라는 말이 절로 나오더군요. 사실 이 영화에서 관객에게 뭔가 크게 터지거나 하는 장면으로 카타르시스를 주려고 한 장면이 그다지 없어서 그렇게 효율이 좋았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충분히 볼 만 했던 것 같습니다. 배트맨이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에서는 오금이 저릴 정도더군요.


 영화에서 단연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역시 조커라는 캐릭터입니다. 저는 조커가 극중에서 이정도의 임팩트를 자아낼 수 있었던 것은 아마 조커가 이해할 수 없는 대상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조커의 욕망이란 이유가 없습니다. 이유가 없으니 예측할 수 없죠. 예측할 수 없으니 대응할 수 없습니다. 대응할 수 없으니 두려울 수밖에요. 그를 이해할 수 없는 이유는 그의 욕망이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입니다. 그의 욕망은 연결고리가 없습니다. 매 순간마다 즉각적으로 떠오르는 욕망을 즉각적으로 해결하죠. 이유가 있는 욕망은 관리 할 수 있습니다. 원인과 결과를 안다는 것은 그것을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니까요. 그러나 조커의 그것은 그렇지 않죠.



 (물론 저는 조커의 삶의 방식에 동의하지는 않습니다만, 조커의 욕망의 발생과 그 충족방식이야말로 자신이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는 방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욕망이란 것은 결국 외부로부터 나와 무관하게 외부로부터 주입되는 것이죠. 나의 것이 아닌 무엇을 추구한다는 것이 아닌 오직 자신의 욕망을 추구한다는 것이야말로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지 않나 생각합니다. 역시나 조커는 영화 속에서 내내 행복해보이더군요.)



 그리고 영화가 전반적으로 마음에 들었지만 조금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은 역시 시민과 죄수의 선택에 대한 부분과 배트맨의 선택에 대한 부분이었는데요, 일단 시민과 죄수의 대치상황은 죄수의 딜레마의 그것과 같습니다. 개개인의 합리적인 선택이 최악의 결과를 만들어내며 그런 상황을 막기 위해 구성원간의 신뢰관계를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죄수의 딜레마의 요점이라고 생각하는데, 영화에서의 시민과 죄수가 최악의 상황에 도달하지 않았던 것은 개연성이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고담시민들의 행태를 보자면 죄수들과 신뢰관계가 있을 만한 상황이 전혀 아니었거든요. 또 서로 믿지 않더라도 나를 위해 다른 사람을 죽일 수 없기 때문에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고 생각하기엔 그들의 영화 속에서 내내 보여주었던 행태가 너무 적나라했고요. 굳이 시민이나 죄수를 몰살시키지 않아야했다면 누군가가 버튼을 누르기 전에 배트맨이 조커를 잡아서 해결하는 쪽이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배트맨의 선택에 대해서는 뭐 지극히 개인적이고 감상적인 불만이긴 합니다.  사실 전 배트맨의 선택이 옳다 그르다에 대해서 판단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이유(혹은 욕구)로 초법적인 방법으로 스스로 생각하는 정의를 실현하는 그에게 옳고 그름을 따진다는 것 자체가 이미 넌센스죠. 다만 “그 기준이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 라고 저에게 물어본다면 역시 저는 조커를 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어차피 지극히 개인적인 욕구로 시작한 행위와 그 자의적이며 초법적인 행동방식(협박, 납치, 고문, 기타등등)에 굳이 마지막까지 조커를 살려두어야 하는 이유를 대체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하비의 죄를 뒤집어쓰는 장면도 저로서는 당췌 이해할 수가 없었는데요. 저는 오직 절망으로부터 새로운 무엇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의구현의 의지 그 자체로 보였던 하비 덴트가 투페이스로 전락하여 저지른 행위가 오직 그에게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면 아니 오히려 그 같은 사람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면 모두가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희망은 그 모든 밑바닥의 절망으로부터 시작해야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실로부터 눈을 돌림으로써 이어지는 희망에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더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나머지는 다 지엽적인 이야기이고, 감상은 여기까지 쓰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음... 영화 자체는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진짜로;;

 




ps1 : 요즘에 감상문이 안올라왔던 이유는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쪽수가 매우 많은 책이기 때문입니다. 친자간 치정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소설로는 가장 유명한 이 책은 무엇일까요? 맞추시는 분께 책선물 드리겠음.


ps2 : 본인이 이 글을 올렸던 커뮤니티에 달렸던 리플들이 좀 있어서 링크 걸어요(누르시압!).

by 코나 | 2008/08/13 02:33 | 감상문 | 트랙백(2)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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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2all.kr : 희.. at 2008/08/13 13:23

제목 : <다크나이트>딴지걸기(1)
질문은 여전히 신선하다이 영화는 많은 잡지에서 다루고 있어서 같은 이야기를 다루는 것은 좀 지겨울 거 같네요. 그런 이야기들은 필름2.0의 398호에 총정리되어 있습니다. 감독 및 배우와의 인터뷰는 물론 영화의 원작이 되는 코믹스, 그래픽노블, 전작 영화들의 역사까지 집대성해 놓았습니다. 지나간 잡지라 구하기 어려우시다면, 링크한 사이트에 들어가 일독하시길 권합니다. 안타까운 것은 이 영화의 인기에 비해 나오는 이에 얽힌 담론이 그다지 풍부하지......more

Tracked from 블로그네트워크 담담 at 2008/08/18 00:15

제목 : 다크나이트 - 질서의 악마가 확률의 악마로 진화하다
작성자: (ElephantBoy) 작성자 블로그: http://blog.philowiki.kr/ 원문보기 다크나이트의 악마, 조커에 대한 공포심은 그의 전능함에서 시작된다. 그 전능함이란 세상을 '계획대로' 파괴하는 능력이다. 조커의 능력은 무질서를 유발하는 것이 아니다. 그가 만들어내는 무질서는 결국 그의 계획 속에, 그의 질서 속에서 계획대고 생산된다. 질서의 악마 - 조커그의 첫 등장을 떠올려보라. 가면 쓴 은행 강도는 한치의 오차도 없이......more

Commented by 悟汪 at 2008/08/14 00:01
나는 미국 빈농가족들의 장례행각을 다룬 얇은 책을 보고있다.
Commented by 나다 at 2008/08/15 23:01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 ㅎㅎㅎ 알랭 드 보통을 내놔라.
Commented by 코나 at 2008/08/15 23:45
기껏 마련한 이벤트가 이런식으로 끝나다니. 후 -_-;
Commented by 나다 at 2008/08/16 11:03
그러니까, 그냥 달랄 때 줬어야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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